7년의 밤 - 정유정
국내소설은 오디오파일로 듣고 나서 오랜만 잡은 소설책이다. ‘7년의 밤’은 한마디로 섬뜩하면서 먹먹했다. 사실 2달 전 절반쯤 읽다 덮었다. 읽는 동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읽으면서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건이 전개 되거나 극적으로 위기를 넘길 때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평소 일을 하다가도 어떻게 전개 될까 궁금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최강의 서스펜스와 리얼리티, 탄탄한 구성,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를 옭아매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 책은 반만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 만에 다시 도서관 열람실을 찾았다. 왜 다시 해당 책이 있는 책장에 가서 책을 들었을까. 왜인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웬지 이 책을 다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다만, 처음부터 읽는 빌어먹을 습관 때문에 책의 내용은 더 선명하게 그려졌다.
소설을 읽으면 줄거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딜레마에 빠진다. 나 역시도 소설을 읽을 땐 해당 책의 줄거리는 읽지 않는다. 다만 어떤 책이고 주제가 무엇인가만 보고 읽는 편이다. 그리고 몇 가지 더 본다면 ‘독자들이 얼마나 읽었느냐’ 와 평점 정도 보긴 한다. 줄거리보단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쓰다 보니까 정말 등장인물의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됐다.
최현수 :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으며, 야구 하나만 위해 산다. 190센치가 넘는 거구에 한 때 고교야구 4번 타자이자, 포수였다. 명문대 야구부에도 입성하나, 결혼 후 와이프와 임신한 아이를 보호하려다 왼손에 부상(왼손이 움직일 수 없을 때 마다 그 팔을 ‘용팔이’라고 호칭한다.)을 입는다. 이후 프로야구 2부 리그에서 800만원 연봉을 전전하다 댐 관리 팀장으로 직업을 바꾼다.
강은주 : 최현수의 아내이며, 나쁜 짓과 몸 파는 일 외에 돈 되는 일이라면 다한다. 어릴 적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가난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갈망에 그녀는 점점 박복한 여자로 변한다.
최서원 : 12살에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이 책에 주인공이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잘하지만 살인자 아들임이 밝혀지며 여러 번 학교를 전학 다니다 자퇴하고 떠돌이 생활을 한다. 연고가 없어진다.
안승환 : 최현수와 같은 회사 보안팀 직원이며, 숙소에서 최서원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최현수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다. 그가 쓴 소설이 이 사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영제 : 그냥 정신병자다. [세령마을 대지주의 아들이자 오세령의 아빠다. 모든지 소유하는 미치광이다. 모든 자신이 가져야 하며,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살아 있든 아니든 상관없다. 살아 있는 것이 통제가 되지 않으면 ‘교정’을 통해 바로 잡는다. 악랄하게 심지어 모든걸 걸어서라도 바로 잡으려 한다]
문하영 : 오영제의 아내. 12년 동안 같이 살지만 결국 교정과 성폭행 등으로 오영제로부터 이혼소송을 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오세령 : 가엾은 아이. 12살 최서원과 나이가 같고 죽지 않았다면 같은 반이면서 짝궁이 될 친구였다. 둘이 만난 적은 없지만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나 가족에게서나 늘 혼자 지내야 했다.
어니(고양이) : 오세령, 최서원의 친구다. 오영제가 들고양이의 가족을 전부 죽이지만 어니 한 마리만은 살아 남는다.
그래도 이번 만큼은 줄거리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최현수는 사건 발생 당일 발령 받은 댐 경비원 관사에 갈 예정이었다. 이사 하기 전 식기도구, 가구 위치 등을 사전 점검하러 가기 위해서다. 허나 학창시절 고교 야구부 친구의 개업으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한다. 아내의 독촉 전화에 마지못해 관사를 향했다. 세령마을에 도착을 했으나, 야밤인대다가 초행길에 안개까지 꼈다. 거기에 음주운전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했다. 하늘에서 벌이라도 주 듯 그는 어느 한 소녀를 차로 치게 된다. 그는 당황하기도 했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산하게 된다. 차에 내려 생사여부를 확인을 하려는 순간, 죽었다고 여겼던 소녀가 미약하게 남아 “아빠”란 소리를 중얼거려 자신도 모르게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아이의 입을 막고 목을 비틀어 죽여 버렸다. 이후 시신은 저수지 아래로 던지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그 곳을 떠났다.
죽은 아이의 아빠는 전날 자신의 교정(교육)을 받던 어린 딸이 그로부터 도망친다. 아빠란 사람은 그 아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딸은 다음날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실종신고를 하고 옆집 사는 수상한 사람(승환)이 범인이라 확신하며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한편 현수는 예정대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것도 그 아이의 집, 즉 오영제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다. 세령마을은 경찰과 구조대원들로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다. 그러는 한편 그 사건 이후 현수는 의도치 않게 오영제만 보면 얼게 됐다. 며칠 후 아이의 시신을 찾게 되며 집요한 오영제는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고 여러 퍼즐을 맞춘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안승환은 용의선상에서 빠지고 대신 최현수로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런 이유는 그날 밤 최현수의 알리바이가 석연치 않았고, 사고일과 비슷한 시기에 접촉사고가 난 흔적, 또 결정적으로 매일 밤 이상행동 1을 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오영제는 무당 상황극을 만들어 그의 아들을 가지고 테스트에 드니 최현수가 범인이란 걸 눈치 채고 또 오영제가 최현수가 범인이란걸 눈치챈다. 이후 서로 직감적으로 추적하고 쫓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영제는 운동부(포수출신)출신인 현수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전날 이상행동을 할 때 지나다니는 길목에 덫을 설치하고 다리를 부러뜨린다. 다리 깁스에 왼손도(마비현상-용팔이)성치 않았다.
오영제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결전의 날로 정한 금요일(견학일)이 왔다. 온몸이 성치 못한 현수 오히려 자신이 야간업무를 자청한다. 2 그 것을 노린 오영제는 그 곳에서 사무실에서 결전이 붙는다. 미리 오영제는 자신의 시나리오의 주인공 아들과 눈에 가시 같은 안승환을 적당히 처리한다. 그리고 아들은 저수지 안 나무에 묶어 익사시키는 장면을 CCTV로 통해 아버지 최현수에 생중계 한다. 그리고 안승환은 지하에 감금 시킨다. 하지만 안승환은 SSU 출신답게 탈출하여 서원을 구출하게 된다. 그러나 5개의 수문은 모두 열려 저지대와 수목원 사택이 모두 물에 잠겨 대참사가 일어난다. 오영제가 자신의 딸을 죽인 죄값으로 너는 모든 사람을 죽인 살인자로 만든 것이다. 그 대가로 최현수는 모든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만 아니었다. 오영제는 죽은 상태가 아니라 실종상태였고 적어도 그 자신만은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두번째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절망적인 두 부자의 끝을 만들기 위해 그는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오영제는 치과의사란 직업을 앞세워 교도소에서 봉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최현수의 아픈 이를 치료하면서 나직하게 인사를 나눈다. 이 사람이 죽지 않고 자신 앞에 있다는 사실에 최현수는 크게 놀란다. 또한 그간 아들과 안승환이 왜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게 된다. 그 역시 오영제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떠돌아 다니면 그들의 연고가 불분명해지기에 그렇게 만든 후 그들을 죽여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최서원이 사건을 해결한다. 오영제의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그는 그간에 써놓은 승환의 소설과, 문하영의 편지, 운동화와 선데이 매거진이 무연고 소포가 그에게 배달됐다.
결국 그 모든 것은 7년 전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깨닫는다. 안승환이 부업으로 쓴. 소설은 실제와 같았고, 후반부에 나올 이야기를 눈치챘다, 게다가 아버지와의 사건의 수 읽기에 동참하고, 그간 있었던 이해 되지 않던 것과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된다. 결국 최서원은 오영제의 시나리오 대로 죽임을 당하느니 자살을 하는 척 연기한다. 그 연기는 통하게 되고, 오영재의 실체와 며칠 째 사라진 안승환을 만나게 된다. 서원은 이 상황은 타개할 이유를 찾았다. 마침 약에 취했던 승환도 깨어났다. 서로의 손짓(스쿠버다이빙언어)으로 수신호 하여 오승환을 덮친다. 그리고 경찰들이 이 곳을 덮친다. 안승환이 미리 오영제의 존재를 알고 미리 수를 써놓은 것이다. 또한 무연고 택배 역시도 그가 생각한 전략이었다. 그 사실은 최서원만 몰랐다. 결국 오영제는 붙잡히고, 그날 아버지의 사형은 구형된다. 그들은 시신을 안장하기 위해 그 곳을 떠난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1주일이 지나 쓴 줄거리기에 다소 틀릴 수도 있다)
아들이 마지막 화장을 앞둔 모습이 기억이 남는다. ‘죽은 최현수가 관에 누운 모습을 보고. “최현수라는 저 사람의 세상은 어째 이리도 좁은 것 일까. 영혼은 수수밭 우물에, 삶은 철창에, 주검은 마티즈 운전석 만큼 옹색한 관에 갇혀 있었다.’ 짠하다. 나약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을 몰고 간 사람도 본인이다. 안타깝다. 똫나 절대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의 흡입력은 정말 대단하다. 다행히 책 후반부에 가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전개가 어떻게 진행 될지와, 결말이 나와 있는 상태이기에 왠지 한 가정으로써의 안타까움 마음과 살인자에 대한 마음이 서로 교착 되어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다.
좋은 글귀 : ‘7년 전 그때가 밤이 시작되던 시간이라면, 지금은 밤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영정을 반듯하게 잡고 취재단 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빛의 바다를 건너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나와 아버지를 놓아줄 것이므로. 나는 한 발짝 전진했다. 사람들은 내 어깨 옆으로 밀려들었다. 앞은 트이지 않고 고함만 빗발쳤다.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양쪽 뺨을 후려치는 기분이었다. 플래시의 섬광은 창 끝처럼 눈을 찔렸다. 귀가 먹먹했다. 얼굴이 얼얼했다. 어깨가 뒤흔들리고, 등허리가 휘청거리고, 무릎이 툭툭 꺾였다. 사람들은 나를 따라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절망이 몰려왔다. 세상의 문은 끝나지 않는 길처럼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숨도 멈추었다. 눈을 감고 흔들리는 몸을 다잡았다. 끝내 걸어가면, 한 발짝씩 디디면서. -517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 이렇게 애틋하고 먹먹할 줄 몰랐다. 초반과 중반부는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었다면, 후반부는 애틋하고 먹먹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친구이면서도 살인자 아들이란 별명을 얻은 그가 이 사회를 어떻게 잘 헤쳐 나갈지 궁금했다. 또한 그래도 마지막 그가 희망적으로 전한 메시지에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본다. 소설이지만 마치 실화같이 느껴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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