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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이야기/전기실무

태양광발전소에 가면 나를 제일 놀래키는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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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웰라입니다. 오늘은 전기인들이 제일 하기 싫어하는 누전에 대해 이야기 할까 생각했는데요. 너무 길어질것 같아 다음에 하겠습니다. 누전이 참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전등선로는 천정을 볼수가 없고, 전열 선로는 장농뒤에 냉장고 뒤에 있으니 말이죠. 그나마 공장과 같은 전공구가 있으면 좀 낫긴한데 말이죠. 암튼 오늘 장장 3시간을 투자해서 누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완전 땀으로 샤워를 했습니다. 오늘만 벌써 두번째 샤워를 했는데요. 첫번째는 오늘 오전에 있었습니다. 

태양광발전소에 점검을 가면 제일 조심해야 할게 뱀도 있지만, 더 무서운건 벌입니다. 봉침 한방씩 맞는건 좀 다반사인데요. 사업주가 부지내 정리를 잘하시면 크게 걱정할 일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수풀과 넝쿨이 뒤엉켜 바닥도 풀 사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좀 무섭습니다. 또 녀석들도 생존이 걸린거라 기상천외하게 짓습니다. 얼마전에 분전함 땅벌로 인해 등 봉침 한방 맞았습니다. 벌에 대한 대처는 그저 조심하자고, 뱀에 대한 대비는 항상 장화를 신고 다닙니다.

부지내를 향하는데 얼마전 유튜버 코파님 영상 보니 살모사가 장화 뚫는 걸 보고 장화를 바꿔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군대서 쓰던 전투화를 쓸 수도 없고(민방위도 끝난지도 꽤 오래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뱀이나 저나 둘다 놀래서 서로 도망치가 바빠서 괜찮지만 저도 모르게 밟는 날에는 ㅠㅠ

그런데 저를 제일 많이 놀래키는 건 벌도 뱀도 아닌 다른 녀석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고라니였는데요. 그런데 이 고라니도 제가 울타리 여는 쇠소리가 나면 즉각 반응을 하고 도망을 갑니다. 태양광 부지내에 있으면 헤메다가 결국은 개구멍 같은 곳으로 빠져 나가는데요. 요즘은 그나마 고라니는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 말고 저를 제일 많이 놀래키는 건 바로 '꿩'입니다. 

이 녀석들이 좀 멀리 있을 때나 도망든가 근처에 있다가 갑자기 파닥파닥하면서 날아가는 겁니다. 그 조용한 시골에 갑자기 파다닥 하면서 날아가면 정말 놀랍니다. 고라니는 약간 빠르게 움직이며, 민첩하게 도망가는데 반해 이 꿩은 ' 나 날아서 도망간다'하고 하고 대놓고 시끄럽게 도망가 더 놀랍니다. 이것도 한 두번이면 상관없는데요. 이게 오늘만 3번 그러니 슬슬 빡치게 되더라구요. 

결국, 4번째 파다닥 날아가길래 마구 쫒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태양광 울타리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연두색 휄스망을 잘 못 보는가 보더라구요. 쫓아가다가 '어? 쟤 휀스에 부딪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휀스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보니까 배수로에 떨어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혼자서 뒹굴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발로 살포시 밟았습니다. 제가 촌놈이지만, 꿩은 처음 잡아보고 손으로 만져 본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얼떨결에 잡게 됐는데요. 너무 움직임이 없어서 죽었나 싶어 발을 살짝 떼는 순간 후다닥 축지법으로 엄청 빨리 배수구 구석으로 도망갑니다. 

휀스에 부딪힌게 좀 마음에 걸려서 구석에 있는 장끼를 그냥 다른 데로 도망가게 해줘야 겠다 싶어서 도망 갈수 있는 쪽의 반대쪽에서 액션을 크게 하니 냅다 날아갑니다. 그런데 이 녀석 '어? 또 휀스 박겠는데...'하는 찰라 이번엔 지대로 휀스에  박고 바닥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장끼가 휀스는 잘 못보는지 정말 쎄게 그대로 들이 박았습니다. 속으로 '어? 쟤 죽었겠는데'하고 가보니 머리를 들지 못합니다. 저는 목뼈 부러진 줄 알았습니다. 머리를 전혀 들지 못하더라구요.

 

아이고 괜히 내가 착한 얘 하나 저 세상 보내는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5분 정도 지나고 나서 다시 보니 이젠  '해드뱅뱅'하더라구요. 술 취한사람 같기도 하고, 또, 쟤 지금 별이 보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5분 정도 지나서 오니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부리를 벌린 체 숨을 몰아 쉬는것 같아요. 이제 저를 인지해서 반응도 좀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휀스로 발로 툭 치니까 축지법으로 냅다 도망을 가더라구요. 체력이 다 빠졌는지 날아도 무릎 이상 날지 못하고 주로 걷기만 하더라구요.

이 정도면 놀래킨 댓가로 충분한 것 같아서 제 일하러 갔습니다. 아침 8시에 이 녀석 따라다닌다고 땀범벅이 됐습니다. 다른 거래처 분들한테 그 얘기를 하니, '그 꿩 어디갔냐?'고 물어보길레, 보내줬다고 하니 그걸 왜 보내주냐고 하는 반응이 많더라구요. 꿩 잡으면 불법 아니에요? 라고 물으니 뭔소리야 엽총 들고 꿩잡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고, 요즘 농촌에 꿩이 농작물 피해 주어서 잡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어차피 얘넨 자주만나서 뭐 아쉽지 않더라구요. 

꿩보다 닭이라는 말이 있는데 꿩이 닭보다 맛있나? 으흐흐흐 어릴 때 참새 고기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는데... 6살때 다른 기억은 없고 외할머니네 가서 외삼촌이 참새고기 아궁이에 구워서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혹시 꿩잡는게 불법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이 녀석들 한번 잡아 볼까요? ㅎㅎㅎ 유해조수 맞네요. 참새도 유해조수네요. 20년 전쯤 까치 한번 먹어본적이 있는데요. ... 두번다시 안먹었다는...그 당시 까치 때문에 배농사 망쳤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거든요. 이 까치가 배가 한번 쪼아서 맛 없으면 안먹고 그 옆에것 쪼아서 먹어요. 그래서 내다 팔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군에서 까치 오른발 잘라오면 5천원인가 줬었던것 같아요. 주유소 알바할 때 이웃집 중장비 하시는 사장님이 일 없을때 잡으러 다니셨거든요. 그리고 참새가 서울엔 없다고 하는데요. 저희 동네 밭이나 논 하물며 제 태양광 주변 넝쿨에만 거짓말 하나 안하고 수백마리 있습니다. 참새 소리때문에 시끄러울정도죠. 얘넨 이상하게 때로 몰려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선 완전 유해조수 맞는 것 같아요.

까치도 엄청 많아요.  또 전기인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까치 아닐까 합니다. 변압기나, 특고압선로에 까치집을 지으면 까닥하다가 그 동네 정전시키기도 하고 변압기 나가기도 하고, 재산상과 인명에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길조가 아니라 흉조입니다.  

암튼 오늘 꿩을 뜻하지 않게 잡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태양광 발전소에 있으면 정말 보기 어련운 동물들 많이 만나요. 두더지도 만났었고, 아~ 도마뱀도 만났었습니다. 뱀인줄 알았는데 왜케 빠르지 하고 쫓아가보니 얘네요.

아기 청개구리가 분전함 위에 앉아 있어서 놀려 줄까 하다가 '얜 너무 작다 괴롭히지 말자'하고 돌아섰습니다. 얘가 바로 앞에 있는 저를 인지하는지 완전 움크리더라구요. 자기 뒤에 있는 저 손가락은 인지 못해서 안타까워서 건들지 않았습니다. 쟤한텐 제가 거인처럼 느껴지겠죠.

태양광 다니면서 소소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동물 친구들이 가끔 재미나게도 하지만, 가끔 빡치게 만들때가 있는데요. 네.. 뭐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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