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와콤 CTL-472을 쓸까? 약정서 이야기를 쓸까? 또 이것 저것 몇 개를 쓰다가 그냥 저장만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말이죠. 오전에는 도서관에 누굴 기다리다가 의도치 않게 도서관 청소하시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전기업을 하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전기자동차로 시작을 해서 공중전화 부스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공중전화 부스로 자동차 전기 충전장치를 만드려고 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그런데 순간 요새 공중전화가 있긴 하나 싶었습니다. 정말 공중전화 찾기 힘듭니다. 보신적 있으신가요?
오늘 좀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원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보이게 됩니다. 또 직업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죠. 저는 전기기사로 일하고 있어 전선, 변압기, 또는 누전이 되겠구나 하는 현상들이 눈에 막 들어옵니다. 이런 안목을 돈 벌 수 있는 안목으로 바꾼다면 정말 대박일텐데라며 탄식을 하기도 했었죠.
오후에 행정지원센터에 방문해서 서류 업무를 보고 잠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오늘 기다리는 일이 많네요. 그런데 그 보기 어려운 공중전화를 발견했습니다. 웃긴게 공중전화기는 항상 그 곳에 있었습니다. 무슨말인고하니 제가 여기 수십년을 들락날락 거렸는데요. 이곳에 전화기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또 올해 특히나 엄청나게 방문하는 행정복지센터인데요. 오늘에서야 공중전화가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알게된 계기는 바로 누군가가 그 공중전화를 썼기 때문입니다.(공중전화 사용하는 분 있습니다.) 지원센터 복도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아 날이 더워 그냥 에어컨이 있는 민원실로 들어가서 기다릴까 고민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 찰라 낯익은 친구가 제 앞을 지나갑니다. '어? 이 친구 장애인 센터에서 보던 얜데...' 사실 제가 매년 드론 촬영 봉사 가거나 그 곳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갈 때면 가끔 보던 친구였습니다. '여긴 왠 일이지?'란 생각과 별 관심 없는척 스마트폰을 보며 텔레파시(쳐다보고 있지 않지만, 제 시야에서 가능한 제일 가장자리에 그 친구가 들어오도록 조절해주는 능력)로 그 친구를 주시했습니다.
공중전화 앞에 잠깐 서서 주뼜주뼛 하더니 수화기를 듭니다.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누릅니다. 한 30초 정도 수화기를 들고 아무런 말없이 있다가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습니다. 그러곤 뭐라고 혼잣말하며 다른 곳을 향해 몇걸음 옮기는데 공중전화에서 동전 넘어가는 소리가 납니다.
순간 저는 '전화 한건가?' 근데 왜 돈이 넘어가지? 아님 잔돈으로 반환된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3분뒤 이 친구가 다시 등장합니다. 똑같습니다. 쭈뼛쭈뼛 후 통화 앤드 아무말 없습니다. 혼잣말하면서 갑니다.
그런데 동전 넘어가는 소리가 납니다. 저는 '돈이 넘어간거야? 반환된거야' 하면서 공중전화를 향햐 걸어갑니다. 잔돈 나오는 투입구에 검지손을 쑥 넣어봤습니다. 반환되지 않은걸 보니 통화한 모양입니다. 혹시나 동전이 나오면 돌려주려고 했지 절대 제가 가지려고 한 것 아닙니다. ^^ 그런데 분명 아무말 안했는데..... 잘못 건건지 통화를 원래 그런 방식으로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요즘 레트로라고 해서 카세트 테이프나 오래된 컵 같은거 수집하는 게 유행인데요. (저는 그 예전에 델몬트 유리병 아시나요? 그 병을 다시 갖고 싶습니다. 거기에 보릿물 넣어 먹으면 정말 시원한데 말이죠.) 저건 그렇게 오래 된 공중전화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더 오래된 낯선 장비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전혀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공중전화가 현재 또 누군가에게 요긴하게 사용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혹 자동차 충전소를 만들면서 공중전화의 기능을 없애지 말고 어느 정도는 살려둬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암튼 이 친구 덕분에 매일 드나들면서도 보지 못한 공중전화를 보게 됐습니다. 정말 이외였네요. 아까 그 청소 하시는 분한테는 공중전화 찾기 정말 어렵다. 아예 다 없앤거 같다고 했는데 공중전화가 저를 비웃듯이 엄청 가까운곳에 그것도 중앙에 떡하고 차지하고 있네요. 저희 동네에는 어디에 또 있나 궁금해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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