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02:30분에 비행기 탑승을 해야한다. 다른 여행에 비해 이번 여행은 출국 시간이 조금 불편했다. 물론 비행기에서는 숙면을 취하긴 했어도. 마지막날은 일찍 일어나지도 늦게 일어나지도 않았다. 딱히 스케줄이라곤 반미를 먹어보지 않았기에 점심은 반미로 해결한 후 벤탄시장에 가서 건과류 몇 개 사는 것 외에는 없었다.
호텔에서 반미 사러 나섰다. 이번 여행은 비를 많이 맞았다. 특히 호치민에서만 나트랑에가서는 하늘에 구름 한점을 못봤던 것 같지만 호치민은 오는 날부터 가는 날까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밤에 크게 한번 내리고 그치고 낮에도 크게 한번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했다. 습도가 높아서 덮고 습해 언제나 옷은 젖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모기가 거의 없었다. 나트랑에서나 호치민에서나 모기에게 물린 적은 없었다. 그것이 위안이다. 암튼 반미를 사러 가다가 비가 잠시 멈추기를 어느 한 가게에 피해 있었다. 30분쯤 되니 더내리면 더내렸지 덜내리지 않을 것 같아 좀 더 큰 실내공간을 찾아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한 곳이 아래다. 재미 있는건 여기가 대학교다. 사무실 건물인줄 알았는데 학교란다. 뭐 운동장 이런 거 없다. 건물만 달랑 있는 대학교이다. 안에 들어가보니 학생들과 교수님들도 보이는 것이다. 학교 안에 낯선 한국인 두 명이 들어오니 보지 않는 척하면서 우리를 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린 그 중에서 한 베트남 여학생을 봤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연애인 아닌가 할 정도로 예쁜 학생이었다. 평소 한국인을 여자로 얻겠다던 친구에게 쟤가 결혼하자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자긴 벌써 사랑에 빠졌다고 할 정도다. 다만 우리 소심한 한국인이기에 우리는 그냥 보지 않는 척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장대비가 조금 그친 사이 반미 파는 장소로 갔다. 다만 그 식당은 찍지 못했다. 그런데 데탐 근처 반미를 인터넷에 치면 그 가게가 나온다. 베트남 음식이 맞지 않다면 반미 먹길 바란다. 괜찮다. 다만 라오만 빼고 먹길 바란다. 숙소에서 반미와 함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후 낮잠은 좀 잤다 출국 준비를 해야 하기에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우리들만의 배려이다. 늦은 저녁 벤탄 시장으로 왔다. 벤탄 시장에 왔다. 캐쉬넛과 말린 과일 사러왔다.
벤탄시장에 와서 한 번 쭉 둘러봤다. 정말 큰 시장이다. 건물 안이 꽤 넓은 데도 불구하고 상점으로 꽉 차 있다.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그런 느낌이다. 암튼 우린 캐쉬넛을 사러 왔기에 견과류 상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일단 한 상점에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인 한 쌍이 캐쉬넛을 사가는 것을 구경했다.
쓰여진 가격이 있었지만, 그 외국인들이 벌써 깎은 가격에 사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바로 샀다. 그리고 그 쪽에서 캐쉬넛 몇 개를 맛보라고 건네주는데 딱 맥주안주하기 제격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도 앞에 외국인이 사간대로 그대로 샀다. 그리고 무슨 밤 모양으로 된 건데 이건 맛이 별루다. 그냥 캐쉬넛이나 몇 개 더 사올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캐쉬넛을 사고나서 앉아 있을 때 없는가 찾다가 베트남 음료 하는 것을 알아냈다. 벤탐시장안에있기에 날름 자리에 앉았다. 이름이 미야인지 미자인지 사탕수수로 만든 음료이다. 맛은 달짝지근하면서 맛있다.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고. 음료를 마시기 보다 이 미야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장을 다 본 후 우린 마지막으로 138 맛사지 샵에 간다. 역시 맛사지는 138이다. 싼거 같으면서도 싸지 않은 느낌이지만 정말 맛사지 하나 만큼은 정말 잘한다. 어쩜 이렇게 시원하고 잘하는지 베트남 하면 맛사지하고 나트랑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몸도 가볍게 한후 호텔 근처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짐은 이미 오늘 아침에 대충 싸놓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저녁에는 좀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12시쯤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둘이서 앉아 이번 여행에 대한 즐거움과 아쉬움을 서로 공유했다. 정말 1년쯤 나트랑에서 살고 싶다더니 나중에 돈벌어 이곳에서 정년을 보내고 싶다거나 좀 더 어렸을 때 우리가 이런 곳에 올 생각을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하소연도 하였다. 사실 모든 한국사람들이 열심히 살아도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으며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남들보다 앞서지도 않는다. 그저 열심히 산다면 현상유지 정도 하며 사는게 우리의 삶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직장에 다녔으니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다음에는 더 멋지고 알차고 긴 여행을 약속하며 마지막 늦은 밤을 보낸다. 12시가 다되어 우린 호텔 로비에 택시를 부르고 호치민공항으로 이동한다. 티켓팅하고 짐을 수화물로 부친 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8일차 새벽 2:30분 비행기가 연착됐다. 비엣젯 항공을 타면 연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그렇게 1시간 더 기다린 후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아!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비행기에 탄 후 시체처럼 잤다. 그 좁은 비엣젯이지만 엉덩이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잤다. 참고로 갈 때나 올 때는 그냥 밥 시키지 말자. 그냥 맥주 2캔 정도 먹는 게 낫다. 올 때는 아침 먹으라고 깨우는 데 냄새도 맡기도 싫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침이 되어서야 인천공항을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떤 여행이든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이 특히 그런 것 같다. 계획 없이 일단 가자라는 생각으로 갔다. 8일이란 시간을 큰 계획도 없이 갔으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했다. 또한 길게 갈 수 있었는데 혼자 간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혼자 먼저 가는 게 좋았다. 한국에서 남은 시간을 그냥 보내느니 베트남에서 그냥 보내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았다. 호치민도 물론 좋지만 나트랑이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음식, 휴양, 액티비티 등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웠다. 여담이지만, 호치민에 우리 친척이 산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작년에 친척누나랑 같이 놀러 가자고 해놓고 돌아와 보니 기억났다. 동남아시아를 필리핀, 라오스, 태국, 베트남 이렇게 가봤지만 단연 베트남이 최고로 좋았던 것 같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정상적인 택시비가 5,000원인데 50,000원 내노라고 억지 부리는 기사도 만났었다. 캐리어가 트렁크에 있기에 그냥 가버리면 더 낭패라 호통치기도 힘들었다. 필리핀 마닐라는 죽어도 가지 않을 것이다. 라오스는 너무 조용했고, 태국은 누나인지 형아 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무섭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은 여행하기 좋은 나라임에 틀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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