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분저널

꾸준히 한다는 것.

반응형
오늘 도서관에 갔다. 제법 날씨도 선선하고 구도서관에 가도 괜찮을 듯했다. (여름에는 냉방비를 아끼고자 내가 좋아하는 넓은 칸은 에어컨을 돌리지 않는다) 그 전에 신도서관에 들렸다. 왜냐면 박경리의 토지를 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추가로 볼만한 책이 있지 않을까 했다. 이미 지난 주 책을 반납하면서 박경리 토지 책이 보유 여부와 어디에 있는지까지 확인했다. 그래서 보고 싶었던 책이 있는지 부터 찾기 시작했다. 책 읽는 사람이 없어 책을 못빌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어 신간에 가까운 책부터 찾는다. 그렇게 몇 권의 책을 빌리고 토지를 보러 가보니 3권인가 4권이 없었다. 누가 빌려간 모양이다. 그런데 좀 재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권이 빠져 총 19권이다. 그 19권이 내 명치 정도의 높이에 있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책 위의 페이지를.
재밌는 게 토지 1권은 손 때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20권으로 갈수록 손때가 덜하고 새책에 가까워졌다. 물론 1권이 오래된 책이라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2권,3권으로 갈수록  때가 덜 묵은 걸 보면서 끝까지 읽지 못한 분들이 꽤 많을 거란 생각했다. 물론 책도 영화와 같이 1편 만한게 없을 수 도 있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독 1권만 난리가 났다. 
신 도서관에서 4권을 이미 다른 분이 대여하여 구도서관에서 2~3권 빌리기로 마음 먹었다. 각 도서관 마다 제한 권수가 5권이다.
토지를 제외한 4권에 책을 조수석에 놓고 구도서관으로 향했다. 구도서관에 가니 큰 열람실에 한 분 있었다. 너무 좋다. 한선하고 또 도서관 특유의 쾌쾌한 냄새도 좋았다. 책상 뒤 창문을 통해 햇살이 들어오는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몇년 전 빌린 서랍에서 독서대를 꺼내 평소에 읽던 책을 읽었다. 그렇게 몇시간 읽고 있는데 도서관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 비슷한 것을 하는데 마이크 소리가 귀마개를 뚷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머지 책을 빌리고 집에가서 읽자는 심정으로 2층 도서 열람실로 향했다.
토지를 찾았는데 이거 왠걸 거의 테이프가 도배가 됐다. 양장된 겉 표지와 본 책이 분리되어 있고 완전히 걸래처럼 됐다. 작년에 빌린 고 정주영 회장이 쓴 책은 비교할 게 못됐다. 여기서도 신도서관에서 느꼈던 걸 또 느겼다. 1권은 완전 걸래였지만 2권부터는 양호했고 19,20권은 새책이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이렇게 받아 들였다. 모두다 처음엔 열심히 한번 해보자는 열정을 불태우지만 그 열정은 1권으로 끝나는 것이다. 무언가 맘을 먹지만 사실 그걸 해내기는 싶지 않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욕심도 아니고 열정도 아닌 거 같다. 그냥 꾸준하게 읽어야겠다는 마음 아닌가 싶다. 나 역시도 5권을 집어들었지만 4권,3권,2권으로 줄였다. 
책을 읽으면 알지 않는가 결국 한장 한장 읽어 나가야 한다. 욕심내면 결국 무너진다. 그냥 꾸준히 한 장 안되면 한 자라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꾸준히 1년이고 3년이고 5년이고 읽어야 한다. 한 장, 한 문장이라도 매일매일. 

책만 그렇겠는가 마라톤, 기타연습, 공부, 운동 모두가 그렇다. 나에겐 글쓰기가 그렇다. 블로그도 그렇다. 다 한장 한장씩이다. 꾸준하게 쓰고 꾸준하게 읽고 꾸준하게 포스팅해야 한다. 욕심이 앞서면 결국 나도 20권을 읽을 수 없다. 빨리 가려고, 욕심내다가 망친다. 제대로 빨리 할 필요 없다. 그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더 좋은 마음으로 꾸준히 한 장씩 읽어 가자
마음이 급하면 몸도 급하다. 어찌 마음 급한 사람이 한가로이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반응형

'5분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하면 글쓰기가 늘까?  (0) 2017.12.06
뱀에 물리는 꿈, 독사에게 물리는 꿈  (0) 2017.12.05
물에서 사람을 구하고 칼 맞는 꿈  (0) 2017.09.09
고속도로와 돼지 2마리  (0) 2017.09.08
구더기 꿈  (0)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