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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소개팅에 그녀보다 늦게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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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웰라입니다.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또 금요일에 과음을 하는 바람에 토요일에는 하루종일 누워 있다가 일요일에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절대 술을 먹지 않겠다고 또 다짐을 합니다. 늦은 오후 소개팅이 있어 거실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부랴부랴 준비합니다. 

일단 머리는 펌을 해서 만질게 없었습니다. 그냥 고대기 몇번하고 끝. 옷은 이것 저것 입어보지만 잘 입고 나갈라면 뭔가 촌스럽고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농촌총각이 정장입은 느낌? 그냥 자주 입던 옷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소개팅 장소에 향했습니다. 소개팅녀의 집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하여, 10분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그녀는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입구를 등지고 있어 이 분이 맞으신지 한번 옆에서 빼꼼 쳐다보니 저절로 양쪽에서 '아~ 안녕하세요?"로 시작했습니다. 먼저와서 기다리게 한 것도 좀 미안한데 그녀가 차도 삽니다. 저는 친구가 자주 마시던 뱅쇼로 마십니다.



차 주문을 다 마치고 그녀를 처음 대면하는데 참 예의가 바른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소개팅을 기다리면서 사실 좀 설렐줄 알았는데 제가 감정이 메말랐는지 전혀 그런게 없었습니다. 여자분을 만나고 나서도 뭔가 심쿵한 건 없던 것 같아요. 그냥 알고 있는 사람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평범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전날 술을 먹은 탓인지 얼른 술이 깨어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일수도 있겠다 싶네요

처음엔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기뻤습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바로 정리 됐습니다. 바로 '경제'입니다. 제가 요즘 실물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금'투자가 적기는 맞는 것 같다고 하네요. 경제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기자이다보니 기자생활을 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고하여 커피숖에서만 1시간 반 넘게 있었네요. 


이후 원래는 제가 좋아하는 보리밥정식집을 가려고 했으나 뭔가 그 분의 집 근처에서 못을 박은 듯하여 여기서 뭔가 다 해결해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주 가지 않던 파스타집. 친구 친척분이 운영해서 몇 번 가봤지만 가는 날이 휴일. 그래서 더가지 않던 않던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레스토랑이 이 곳밖에 없네요.) 

레스토랑에서도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다고 1시간 반을 떠들었습니다. 그 친구도 잘 들어주는 편인듯 합니다. 아무래도 기자라서 그런지 경청하는 자세가 참 올곧은 듯 합니다. 시를 좋아하고 자주 쓴다고 합니다.  저는 시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차라리 고전같은 1000페이지 넘는 책보다 오히려 100페이지도 안되는 시 읽는 게 더 힘들다고. 고전을 이해 안되면 다시 읽으면 되지만, 시는 이해가 안된다고 다시 읽어도 답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그단계 없이 넘어가면 이건 글자요. 이건 여백이라는 느낌에 몇 페이지 읽다가 중도 포기하게 됐죠.


다시 돌아와서, 저희 동네에 오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공무원 시험을 3년 준비해서 면접에서 4명중 3명이 붙는 건데 그 중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하네요. 그때 멘탈붕괴로 힘들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학교도 좋은 학교 나왔는데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정말 답답하겠다'고 이야기 드렸네요. 지금의 우리나라 현 경제상황(디플레이션 or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대학이라는 것이 이제는 큰 메리트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현실에 맞게 변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 걱정도 되고, 우리나라 걱정도 되네요. 참으로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소개팅이 아니라 상담 내지는 컨설팅을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는 현재 저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고, 그 분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뭔가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시 부모님이 말씀대로 기술이 최고라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3시반에 만나서 6시반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소개팅보다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앞으로의 상황에 많은 대화를 나눴네요. 사실 제 친구들도 이런 이야기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 만나 실컷 이야기 나눴네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히려 친구로 남는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고생 많았다고 밥 한번 사고 싶네요. 참 진솔한 친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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