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웰라입니다.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경기도 용인을 가자고 해서 부모님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기억하는 지역이 있으신지 무작정 찾아 갔는데요. 너무 오래되어 기억을 잘 하시지 못해 헤매다 헤매다 결국 발길을 돌렸습니다. 뭔가 그냥 오기엔 허무하기도 하고 해서 용인 민속촌이라도 가야 하나 싶었는데요. 어머니의 오랜 꿈을 이뤄주고 왔습니다. 엄청 큰 건 아닙니다.
어머니가 가끔 20살까지 살던 고향을 죽기전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한번 가봤습니다. 어머니 고향은 경기도 여주입니다. 저도 몰랐는데요. 제가 알고 있는 곳은 어머니가 20대 이후부터 시집오기전 까지 잠깐 산 동네였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그 곳, 외할머니가 살던 곳이 어머니 고향인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스무살까지 자란 곳은 따로 있고 그 곳이 정말 고향이라고 합니다. 그 곳 지명도 좀 독특합니다. 여주 헌바다라는 곳이에요. 제가 6살부터 초등학교 때 특히 방학하면 외할머니 댁에 갔었는데요. 이정표나 헌바다라는 팻말을 볼 때마다 참 이상했습니다. 이 동네에 바다가 있었나? 왜 할머니는 날 한번도 바다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헌바다라고 해서 예전에 바다였다가 지금 아니기 때문에 할머니가 데려가지 않은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하핀 헌바다일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동네 지명이더라구요.
이번에 찾아간 곳은 여주 가남읍이라는 곳이고 어머니 고향입니다. 어머니가 거의 40여년동안 가 본 적이 없거니와 너무 많이 변해서 헷갈려하셨습니다. 정말 전혀 감을 못 잡으셨습니다. 오늘 왜 이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침도 먹지 않고 온 터라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겠다 차를 한쪽에 세워넣고 맛집부터 찾았습니다. 유명한 한정식집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아침겸 점심을 드신 상태라 그닥 땡기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맛집을 알아보는사이 어머니는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할머니를 붙잡고 이것 저것 여쭤봅니다.
워낙 작은 동네라서 그런지 어머니하고 친하게 지낸 친구 이름을 되니 다 알더라구요. 게다가 그 할머니중 한 분이 전화번호도 있다고 하면서 알려주시는데 어머니가 갑자스런 상황 전개에 당황하시면서 번호는 괜찮다고 합니다.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도 된다고 하며 정말 감사하다고 몇번을 인사합니다. 친구 아버지가 장사한던 곳에서 친구가 물려받아서 하는가 보다면서 어머니는 생각에 잠깁니다.
일단 저는 눈에 베는게 없어서 바로 점심(가남읍 맛집 후기는 다음에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을 먹으러 갔습니다. 가남읍에서 유명한 짜장면집인가 봅니다. 저는 무조건 짜장면인데 이번엔 짬뽕을 먹습니다. 허겁지겁 먹는 저와 다르게 어머니는 살던 동네 생각 뿐입니다. 일단 면사무소(현재 읍사무소)를 가면 기억이 좀 날 것같다고 하네요. 현재 가남읍이긴 한데요. 어머니가 살던 때엔 면 소재지랍니다. 읍이지만 조금 작은 느낌입니다.
식사를 마친후 바로 읍사무소로 향합니다.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어머니의 기억도 이제야 돌아옵니다. 예전 면사무소였다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까 할머니께 방아다리가 어떻게 가냐고 여쭤 봤을 때 말씀하시길 면사무소 우측에 끼고 신호 받고 쭉 가면 된다고 하여 그대로 가봅니다. 그런데 신호를 받고 쭉 가는데 동네는 안 나오고 왠 공사현장만 양쪽으로 계속 나옵니다. 3분 정도 가다 보니 어머니께서 너무 많이 간 것 같다고 하십니다. 또 그 방아다리란 동네가 6가구만 살던 작은 동네?라서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차를 돌려 다시 확인해 봅니다.
일단 어머니가 초등학교 다닐 때 걸어서 밥먹으러 집에 가고 그랬다는데 초등학생이 밥 먹으로 간다면 길어야 10~20분 정도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제일 가깝게 난 작은 오솔길로 차를 몰고 무작정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여기도 아닌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다 주택도 새로 지운 모습입니다. 차를 돌려 좀 더 가야 하나 싶었죠? 차를 돌리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여기 주소를 좀 알면 좋을 것 같다고 하네요. 마침 단독주택 앞을 지나다 보니 신주소가 딱 서 있었습니다. 구주소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럼 금방아실텐데 아쉬워하면서 써 있는데로 '마수굴?' 이라고 하니 어머니가 갑자기 '어~ 맞어 여기 우리 동네야. 우리 동네가 6가구 밖에 없어서 이 동네로 편입됐어~'라고 하시네요요. (마구실 마수실? 잘 기억이 안네요.)
어머니가 어린 아이처럼 마구 설레고 들 뜨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나이가 좀 있으신 분 좀 있으면 세워 달라고 하네요. 마침 갈림길에 한 할머니가 우리가 가려는 반대편으로 걸어가시더구요. 어머니께서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세워 달라고 하네요.
일단 저는 차를 한쪽에 세워 놓습니다.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머니가 자란 6가구의 산 방아다리는 없어졌다(다른게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후 동네 친구부터 지인까지 다 물어보게 되었고 마침내 그 동네에서 이장을 보는 친구가 이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그 할머니도 이 동네에서 평생 사셔서 어머니를 보고 낯익다고 하시더라구요.
이후 마을 초입에 있던 외딴집 한 채 거기에 어머니하고 알고 지낸 친구가 이장님이라고 합니다. 동네가 작아서 다 친했다고 하네요. 그 집 앞에 가니 문이 열여 있어 잠깐 보니 어느 한 여학생이 단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머니가 "계세요?"라고 하니 여학생이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뭐라고 표정을 지으니 갑자기 문 옆에서 나이 드신 분이 나타납니다. 어머니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어머니께서 "너 태X 아녀?" 그러니까? "어? 달X이여?"라고 하며 한번에 알아보시네요. 두 분이서 정말 반가워 하시네요. 저는 인사만 하고 말씀 나누시라고 자리를 비켰습니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고 차 한잔하고 가라는 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어머니가 한사코 거절했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봅니다. 진짜 아이 같다고 해야하나? 그 친구분도 완전 아이 같아 보였습니다. 허물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하고 어머니께서 친구들 다 같이 봤으면 한다고. 이제 고향도 알았고 전화번호도 받았으니 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웠던 친구들 다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아쉬워 하지 말고 또 올거니까 우리 또 보자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또 그 분 형제가 많은데 어머니가 진짜 친하게 지낸 건 그 친구 바로 위에 누나라고 하네요. 그 언니도 꼭 다시 보고 싶다고 하네요.
나중을 기약하고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면서 어머니가 계속 쉬지 않고 과거로부터 있었던 일과 기억 너머 기억나지 않던 추억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원래 어머니가 집에 올때는 항상 주무시는데 그런 것 없이 계속 자동차 뒷자석 가운데 앉아 몸을 앞쪽으로 바싹 붙여 계속 이야기합니다.
집에 와서는 어머니께서 옛날 앨벌을 꺼냅니다.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아까 쟤가 얘여~ 그리고 얘네 누나도 나랑 친해서 시집올 때 여주에서 우리동네까지 왔었어"라고 하네요. 그때가 거의 78년도일테고 그 때면 뭐 거의 저희동네는 소가 다닐 때 아닐까 합니다. 저녁 밥보다는 예전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던지 어머니가 가서 막걸리 좀 받아오라고 하네요. 어머니가 소주를 좋아하시긴 하는데 저는 소주를 잘 마시지 못합니다. 저는 맥주 체질인데 어머니는 맥주를 드시지 못해요. 그나마 막걸리가 저와 엄마의 타협점입니다.
막걸리 마시면서 어머니 과거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이야기들. 제가 마치 과거로 돌아간 어머니의 일대를 구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한 때 저와 같이 꿈 많은 사람이었단 걸. 늘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괜히 제가 죄송스럽네요. 지금까지 열심히 사셨으니 이제는 재미있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아~ 좀 놀라웠던게 집에 돌아올 때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보니 고속도로 탈 것도 없이 국도로만 45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매주 어머니가 주말마다 가는 곳에서 20km도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운전해서 한번 가야겠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도로하나는 정말 잘 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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