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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보이스피싱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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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웰라입니다. 오늘은 진이 다 빠지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속지 않을거라는 보이스피싱. 당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 데미지는 좀 크네요.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게 만들어 사람의 정신을 쏙 빼 놓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만한 상항은 많았습니다. 일단 제가 오늘 보이스피싱 전화가 와서 1시간 넘게 통화를 했고, 마지막에 돈을 옮겨야 한다는 말에 보이스피싱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의심스러웠지만 돈 이야기 전혀 없이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보이스피싱이라고 할만한 상항은 아주 많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겪었던 일을 좀 이야기 해 볼게요.

오후 2시에 전화가 옵니다. 모르는 번호인데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서울지검 재능수사부 수사관 김뭐시기라고 합니다. 이후 제이름과 출생연도를 맞는지 확인하고 자초지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뭐시기라는 사람이 대규모 금융범죄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저의 개인정보로 불법 통장을 개설하여 다른 사람들에 송금된 돈으로 이득을 취했다고 합니다. 제 통장에 6000여만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뭔가 싶었죠. 보이스피싱인가? 싶었는데 돈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계속 그 이뭐시기라 사람 이야기만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그 사람은 현재 구속되었고 이외에도 공범과 배후세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싶었죠. 그러더니 갑자기 이 수사관이 담당 사건검사를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사건번호도 같이 불러주네요. '사건번호 2018조사 8190 이뭐시기 명의도용 안건'을 기억하랍니다. 이후 검사를 바꿔줍니다. 같은 부서 팀장 김성훈 검사라고 합니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었냐고 그래서 대충 들었다고 하니 호통을 칩니다. 이거 금융사기에 자신의 계좌를 도용해서 피의자가 될수도 있다고 하고 또 이 사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진행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공문이나 서면을 볼수 없겠냐고 이거 말로 들으니 이해가되지 않는다고 하니 메일을 하나 보내줍니다. 


확인하고 전화한다고 하니 녹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여 전화를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사무실에 가서 메일 확인을 하겠다니 모바일로 확인하라고 합니다. 뭐여 이건 또? 이때부터 저는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회사에서 1시간 정도 통화를 하니 직장상사분들 눈치가 보여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차를 타고 나가 근처에 주차한 뒤 통화를 하였습니다. 

모바일로 메일을 확인하니 7개의 공문을 보냈고, 그 7개의 공문에 따라 진행된다고 하여 제가 완전히 이해해야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해가 정말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화를 냈다가 어떨 땐 다독이면서 이야기했다가 합니다. 속으로 '아 진짜 그냥 서울지검을 가봐야하나?' 싶기도 했고, 경찰 친구한테 물어보려고 하는데 전화를 녹취한다고 못 끊게 하니 난감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통화하더니 갑자기 전략을 바꾸는 겁니다. 금융결제원에서 제 계좌 중 CMA에 있는 돈은 추적이 안된다고 했던가? 제 1금융권이 아니기에 1금융권으로 옮기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 눈치를 챘습니다. 뭔 개소리야~ 이거 보이스 피싱이구만 뭔 돈을 옮기라고 해~ 

 

아~ 그래서 저는 사무실에서 나와 혼자 전화하고 있다고 계좌에 돈을 옮길려면 보안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보안카드가사무실에 있으니 좀 기달려 달라고 합니다. 저는 바로 경찰서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러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물어서 제가 아주 다급한 척 사무실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지금 집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10분이면 간다고 하니 오히려 천천히 가라고 제 걱정을 다 해주네요. 안전벨트도 안해서 계속 삐삐 거리는 소리도 연출해주는 정도 센스~ 사실 경찰서까지는 5분이면 갑니다. 


마침 경찰서 앞에 의경이 나와 있어 입모양으로 '보이스 피싱 신고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으니 손으로 가르쳐 주네요. 표지가 보여 바로 2층으로 올라갑니다. 마침 저를 보고 다가오신 한 경찰분에게 핸드폰에 제 말이 안들어가도록 막은 다음 이야기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전화 왔다고 하니까 '보이스피싱입니다.' 라고 하는 겁니다. 그냥 다 보이스피싱이에요. 제가 전화로 물어볼려는 찰라 바로 끊어버리네요. 그렇게 끊지 못하게 하더니만 재빠르게 끊습니다. 통화할 때 2번인가 끊어졌는데 범죄수사에 녹취중인데 협조 안하다고 오히려 큰소리 뭐라 할 정도였었거든요. 그렇게 보이스피싱은 일단락 됐습니다.


저는 일단 제 이름, 생년월일이 털렸다는걸 알게 됐구요. 이놈들이 제 계좌의 있는 돈도 이제 알게 됐으니 뭔가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나쁜놈들!~

한편으론, 수신자에 정신을 빼놓거나 서울중앙지검과 검사라는 말과 함께 이해가 되지 않는 용어와 사건으로 당황시킨 후 실수를 유발하여 사기를 취하려는 수법이었습니다. 정말 까닥 잘못하면 사기 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허술한 점이 많습니다. 



1. 통화내용을 녹음해야 하니 조용한 곳으로 가라고 하면 의심하세요.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보이스피싱이라고 할테니 혼자 있게 할려고 하는 수법입니다. 게다가 현재 사건이 진행중이니 주변사람에게 알릴 시 형사처벌 받는다고 하며 조용한 곳으로 유도합니다.

 

2. 서울중앙지검에서 보낸 메일이 네이트 메일이네요. 모바일로 봐서 몰랐는데요. 네이트 메일입니다. 공무원은 다 @korea.kr 입니다. 모바일로 보면 주소가 나오지 않아요. 그냥 수신자 '서울 법원'으로 나옵니다. 근데 제가 사무실 제 컴퓨터로 확인한다고 하니까 모바일로 하랍니다. 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네요. 보낸 메일이 탈로 날게 분명하니까요.

3. 녹취라고 하여 전화를 못끊게 합니다. 주변사람에게 알릴 수 없게 합니다. 그런데 문자로도 보낼 수 있었는데 저도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4. 메일에 온 문서를 보면 어설픕니다. 모바일로 보면 그럴듯 한데요. 노트북이나 컴퓨터로 보면 뭔가 어설픕니다. 주민번호도 틀렸고, 어떤 고소장은 수신자가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의도 있었습니다.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더라구요.

 


5. 원래 수사관에서 검사로 전화를 넘겨준건데요. 웃긴게 원래 유선으로 할 경우 인터폰을 연결해서 해당 사무실 전화로 넘겨주는데 이건 뭐 옆에 있다가 핸드폰 넘겨 받은것 같아요. 한번호로 쭉 통화한 것 보니까요. 


정말 저는 안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어르신들이나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초반에는 아예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 하니까 진짜인지 알았습니다. 이후 주거래 은행하고 다른 기타 은행에 대해 물어보는 게 다였는데 50분 정도 지나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경찰서로 갔습니다. 그게 제일 확실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더니 이놈들도 바로 끊어버리네요. 진짜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안 걸릴거라고 생각 했지만 이렇게 진행되니 까닥 잘못하면 털릴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신고할려고 하니 목소리가 없어 신고할 수 없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저도 녹음파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진짜 이놈들 연기 잘하네요. 나이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먹고 살 짓이 없어 이런일을 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이번이 두번째네요. 한번은 네이트 메신저로 제 아이디로 친한친구가 돈꿔달라고 해서 그 친구가 저랑 정말 친해서 제가 돈 빌릴 놈이 아닌데 돈 빌린다고 하니 해킹 당했단걸 바로 알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제 친구가 그 해킹범에게 꺼준돈 갚으면 보내준다고 했다네요. 이번은 저한테 온 보이스피싱이구요. 아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네요. 저말고 다른분들도 피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추후 신고를 위해서 목소리는 녹음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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