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과연 몇이나 길에 쓰러진 사람 도와 줄 수 있는까????

반응형

안녕하세요? 웰라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거의 매일 보는 친구들인데 간만에 저녁 먹으면서 술한잔 했습니다. 역시나 다음날은 일어나질 못합니다. 토요일은 그냥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 겨우 일요일 아침에 되어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두번다시 술 먹나 봐라 하면서 간이 회복이 잘됐는지 일요일 저녁에 날이 더워 맥주한잔 할까하는 제 자신을 봤습니다. '너 정말 진상이구나' 싶었습니다. 많이 먹는 술도 자주 먹는 술도 아니지만, 마시면 특히 친구들하고 마시면 술이 절 마십니다. 다음날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술을 끊고 싶네요. 정말.

너무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오늘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일상적인 일인데 일상적이지 않아서요. 


지난 주 금요일 회사분과 언쟁을 했습니다. 일이 너무 바쁜데 오늘까지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생기니 정말 날도 덥고 짜증이 나더라구요. 오후 12시가 넘어 외근이 계속 잡혀 있어 점심을 빨리 해결해야 했습니다. 근처 함바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있고, 함바집은 가자마자 퍼서 먹으면 되서 좋아 합니다. 12시가 넘어서 주차장에는 들어오는 차보다는 나가는 차가 많았습니다. 얼른 한 쪽에 주차 하고 함바집으로 걸어가는데 식당 앞에 누가 땅에 누워 있는게 보였습니다. 멀리서 볼땐 함바집에서 공사 인부 중 점심겸 반주로 한잔 거했게 해서 자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도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식당 문 앞에 도착해서 쓰러진 분을 보니 술 때문에 쓰러진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일단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습니다. 땅에 엎어져 있었고 뜨거운 콘크리트에 숨 소릴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어? 왜 저러시지?' 하는 찰라 갑자기 숨을 불규칙적으로 쉬면서 온 몸에 이상한 경련이 일어났습니다. 입에서는 이 물질이 나오고, 온몸을 마치 뇌성마비 환자처럼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마구 떨기까지 합니다. 너무 무서워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는데 그 때 119에 연락하라는 겁니다. 바로 핸드폰으로 119로 불렀습니다. 119에서 상담하는 분에게 주소나 인적사항 등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저야 식당에 밥먹으러 왔다가 한 분이 길에 쓰러지셔서 소방서에 전화 드렸다고 하였습니다. 발작이 있다고 하고 숨은 쉬는데 의식은 없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식당 이름을 가르쳐 주어 주소를 달리 했고, 이후 다른 삼당사로 연결해 주어 응급조치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환자가 얼굴을 땅에 박고 있는 상태라서 제대로 눕혀야 된다고 하는데 제대로 눕히면 이 물질이 기도를 막을 수 있다고 하여 옆으로 뉘우라는데 몸이 경직이 되어서 돌아갈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숨은 쉬는데는 불편함이 없어 그대로 두었고, 몇 분 지나고 몸을 비비 꼬는 듯한 현상은 많이 가라 앉았습니다. 그 때 주변에 있던 분들 중 한분이 다리를 잡고 똑바로 뉘우기 시작했니다. 저도 한쪽 손으로 거들었습니다.


이후 식당 주인인지, 누군인지 모르는 분이 오시더니 스치로폼을 뜨거운 아스팔트에 댄 머리에 받쳐 줍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간질'인 것 같다고 합니다. 자기 동생인지 지인이 간질이 있는데 이런다고 합니다. 저는 정말 처음 봤습니다. 3분이면 올거리에 있는 소방서 구급차는 어디 출동했는지 30분이나 걸릴 정도로 뭔 소방서에서 응급차가 온다고 연락이 다시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 분은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합니다. 잠깐 더 누워 있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은 저보고 볼일 보라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식당으로 들어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녕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습니다. 구급차는 왜이렇게 않오냐? 하면서 연신 밖에만 쳐다봅니다. 20분 정도만에 구급차가 왔구요. 이미 그 분은 그 자리를 떠난 상태였습니다. 소방관에겐 제가 신고 했고, 자초지정에 대해 말씀 드렸죠. 혹시나 혼자 어디 가신 건 아닌가 대원들이 주변을 돌아보시고 구급차는 복귀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뉴욕 맨하탄인가 엄청난 인파 속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살인사건을 신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없었다고 했나 그 사람이 죽고 나서 몇 시간만에 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암튼 그 사람은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데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피를 흘리는 걸 봤을 거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신고 하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읽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오늘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을 탓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도 그냥 지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누군가 먼저 신고해 주고 나서주길 바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곰곰히 다시 생각해 봅니다.

1. 나와 관계없는 사람의 위급함보다는 나에게 생길 번거로움이 싫었습니다.

2. 모든 사람들이 저를 처다보는 것도 싫었습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것 같고, 모든 이런 상황이 내 책임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기도 했습니다.. 

3. 그리고 너무 무서웠고, 위생적이지도 않아보였습니다.  

그 분은 건설인력중에서도 일명 잡부인 것 같았습니다. 나이는 50중후반 입니다. 옷은 허름하고 바지는 여기저기 뚫어져 있었습니다. 바지 지퍼는 고장나서 열려 있고, 장시간 햇빛에 그을려 얼굴과 팔은 검붉었습니다. 한 쪽 팔 끝엔 타투가 아니라 하다가 말아 버린 듯한 흐릿한 문신도 보였습니다. 또한 머리는 짧은 스포츠에 앞에 윗니 2~3개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입에서 이 물질이 나오고, 표현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마치 영화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처럼 경련과 발작이 일어나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한편으론,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죄송합니다. 좀비영화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었다면 어떻게 할까요? 저도 100% 도와준다고 확신하지 못할 것 같아요. 멀리서 지나가면 아마도 그냥 지나가겠죠~ 가까이 지나간다면야 모른척하지 않겠지만요. 그런데 그런 거더라구요.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한 겁니다.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방치한 건 자신이 무관심을 선택하여 어찌됐든 그 사람의 죽음을 방관하게 된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도와주다가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경우가 생겨 그냥 지나치죠. 괜히 골치 아플일 없으니까요. 


암튼 이 일이 있고 드는 생각이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말쑥하고 깔끔한 사람이 그렇게 쓰러져 간질 증상을 보인다면 어떨까?란 생각도 듭니다. 왜 그럴듯한 사람이 신호위반을 하면 같이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영화 배우처럼 잘 생긴 사람이나 예쁜 배우라면 어떨까요?

사진출처 : Dispatch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적인 부분,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남이 호의를 베풀지 못할 정도의 남루하지 않게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분도 그렇게 초라하게 살려고 했을까요? 그렇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러모로 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 제도, 환경이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정말 도와주면서도 여러모로 너무 무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