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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105.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말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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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제목과 같이 참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 냉소적인 태도와 정 떨어지는 말로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싶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훈훈한 이야기가 많아 단숨에 읽어버릴 생각도 했었다. 내용 자체도 짤막짤막하였다. 약 100여개의 스토리로 된것이 정말 편하게 읽었다. 마치 죽처럼 후르릇 마쉬고 싶었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하루에 몇 꼭지씩 읽는 게 바람직해 보였다. 마치 비타민과 같이 하루 단 번에 섭취하면 필요한 영양분만 흡수되고 많은 양의 비타민이 몸 밖으로 배출 될 것 같았다.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꼭 그 만큼의 양만을 채우고 싶었다. 버려지는 책의 영양분이 없게 하기 위해 최소의 양과 적절히 지켜가며 이 책을 섭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동안의 내안의 긍정의 온기를 끊임없이 유지될 것 같았다.


이 책의 특징은 글 자체가 참 섬세하고 여성적이었다. 페이지 넘길 때 자주 '와! 표현력 봐라' 비유라고 하나 은유라고 하나. 그런 표현이 책 구석 구석 포진하여 흐뭇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다. 참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젊은 작가분인 만큼 센스있는 글귀도 책 속에 숨어 있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까 내 옆에서 말해주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됐다. 개인적으론 나는 이분을 몇번이고 검색했다. 여성분이었던가? 그 정도로 글 속에는 따뜻함, 배려, 이런 것들이 묻어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책 귀퉁이가 한 두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접혀 있다. 그 정도로 마음을 흔드는 말과 잊고 있던것 소중한 이야기가 많다. 항상 옆에 있어 소중함을 잊은 채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쳐다보고 귀 기울이게 되는 기회였다.

모든 이야기가 다 이쁘게 들렸지만 그 중 몇가지 꼽으라면, 
첫째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눈은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눈이라고 한다. 나는 전자를 100%동감하지만, 후자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물론 부모의 사랑에 비하면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암튼 이 책에서도 이러한 부모에 대한 애뜻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부모는 참 그렇다. 아침 저녁으로 밥을 차려주고, 자산의 꿈을 덜어 자식의 꿈을 불려주고, 밖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돈을 벌어다 주고, 그렇게 늘 줬는데도 자식이 커서 뭔가 해드리려고 하면 매번 "미안하다"고 말한다. 
단지 받는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게 아닐까.(p.103) 

부모님 존재는 이렇게 애뜻하고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하다. 자식은 부모가 걱정하는 말이 잔소리나 참견으로만 들린다. 마음 깊은 곳에 부모님께 효도하고 호강시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되, 늘 부모님에게 상처를 준다. 사회 나가 직장 생활 하면 같은 연배 어르신들께는 쩔쩔 매고 깍듯하게 하지만 제일 잘 해야 할 자신의 부모에겐 반에 반도 못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호강까지도 필요 없다. 부모님께 살가운 아들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아련한 마음이 생긴다. 옛날 첫사랑이 생각 나기도 하고, 어릴 적 골목에서 또래 아이들과 숨박꼭질 할 때도 생각난다. 다시말해, 뭔가 가슴에 남고 아쉬운 추억들이 많이 생각난다. 물론 오래 산 인생도 아니고 적게 산 인생도 아니다. 어렴풋이 아쉬운 기억들이 머릿속을 자꾸 스쳐 사색에 잠기게 된다. 특히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란 노래의 가사를 되 새길 때,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가사였던가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 우리 젊고 서로 사랑했구나..."
가사처럼 지금 내가 행복한데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늘 불만과 불평만 하지만 막상 지나고 나면 결국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거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하고 왜 후회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나도 불평은 그만하고 지금의 행복과 사랑에 아름다움을 알아 차려야퇼텐데... 사과과 빨갛게 익어야 이쁜 것이 아니라 떪고 쉰 사과 역시도 그때의 아름다움과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란 말에 깊이 공감한다.
몇 년만 젊었으면 하는 마음보다 지금의 나의 아름다움을 눈치채고 현재의 불안전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껴줘야겠다.

마지막으로 지옥에 대한 작가의 규정이다. 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만 지옥일리 없다. 희망이 없는 곳,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곳, 그 곳이 진짜 지옥이라고 한다. 희망이 없다는 것 자체가 정말 지옥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변형해서 생각해본다면 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에 희망이 있다면 그곳은 지옥일만은 없다. 어느 책에선가 들은 에피소드다. 어느 한 작가?인지 기자인지가(교수?) 두 사람이 독일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다.(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통계자료를 만들기 위함으로 기억된다)그 당시에는 독일은 전쟁에 패전하여 모두가 황폐해졌다고 한다. 그러니 그 집의 세간살이는 정말 초라했다. 전쟁중이었다니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된다. 먹고 살기 곧 전쟁일 것이다. 그 무엇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게다가 나라도 전쟁에서 패전하여 미래를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러자 젊은 사람이 그 집을 나서며 옆에 교수에게 그 나라(독일)이나 그 집이나 앞으로 암달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교수는 그 사람과 달랐다. 분명히 독일은 다시 일어 설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식탁위에 유리병에 꼿히 한송이 꽃을 보고 아직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변이 독살로 우글거리고 퍠허가 되어 있다고 해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다면 우리는 분명 일어설 수 있다. 이런 주변 상황보다 우릴 힘들게 하는 건 희망을 접는 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합시다. 우리의 주변이 하수구 같아도 가슴의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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