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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저널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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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회사 교육이 가기 싫어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면 내가 해야 할일이 그대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만 되도 동원훈련과 예비군 훈련가는 것이 그리도 좋더니 지금은 정 반대다. 어찌됐든 1박 2일 중간관리자 교육을 참석하기 위해 부랴부랴 업무를 대충 마무리 한 후 출발했다. 회사 내에 만든 교육원인데 먼저다녀온 동료들에게 물으면 한결같이 공기좋고 물 좋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2시간 남짓 경상도인지 충청도인지 모를정도로 구비구비한 길과 네비게이션의 길의 표시가 없어졌다는 표시와 함께 비포장도로를 2km 쯤 달리고 나니 더 이상이 길이 나오지 않는 다는 건 목적지에 다다랏다는 말이다. 소문대로 공기 좋은 이유를 알겠다. 교육원은 산정상으로 주변에 온통 산뿐이었다. 나름 일찍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있는건 산 뿐이다.

점심을 먹고 있으니 하나, 둘 속속 다른 교육생들이 입장했다. 늦은 오후부터 실질적으로 교육이 시작됐다. 교육에 앞서 팀을 나눴다. 대부분 비슷한 연령 때끼리 팀을 이뤘다. 그런데 왠걸 우리팀에 아버지 정도 아니지만 그정도 되시는 분이 우리팀인 것이다. 조금은 걱정됐다. 우리 팀이 민첩함이 떨어졌고, 나이 많은 분이 계시니 어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시작한 게임부터 우려했던 모습이 드러났다. 어르신께서 허리가 안좋아 단합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하셨다.  또한 물건을 각자 자리에 누가 먼저 가지고 오냐에 따라 기회가 오는데 우리가 꼴지였다. 너무 어색한 기운이 감돌고 몇몇 친구들은 얼굴에 불만이 보이기도 했다. 게임이라는게 뭐라고 하면서도 막상 하면 승부욕이 발생하는 단순한 남자 아니던가.

다행스럽게도 쉬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 팀원들 간에 인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유독 어르신이 내 바로 앞에 앉아 계셔 계속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창의력 테스트 시간이였다. 나는 우리가 또 졌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문제다. 창의력이라곤 저 멀리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진 사람이라 이번에도 우리가 꼴찌구나 싶었다. . 유독 승부수 기질이 있는 친구가 있어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해지기도 하겠다 생각했다첫번째 문제가 나왔다. 역시나 우리 조만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아 큰일이다.'란 생각이 스쳐갔다. 아무리 프레젠테이션을 뚫어지게 보고 옆으로 보고 거꾸로 봐도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르신이 관심을 갖으면서 돋보기 안경 쓰신 후 프로젝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회자가 첫번째 문제는 워밍업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두번째 문제부터는 어르신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문제에 대해 사회자가 문제를 냈지만 정적만 흘렀다. 바로 그 때 어르신이 손을 들어 답을 말했다. 순간 모든 교육생들은 설마란 생각과 함께 사회자를 응시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답이였다. 모두들 놀랐다. 처음엔 우연하게 아는 문제가 하나 나왔겠지 했다. 2번째 문제를 내니 다른 조원들은 스마트 폰과 함께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르신은 그저 프로젝트만 계속 응시하셨다. 그리고 또 손을 들어 얘기 하니 정답인 것이다. 우연히 일치가 아니였던 것이다. 이후 거의 80~90% 어르신이 다 맟추시는 것이다. 이후 사회자가 각 조와 MVP에 대해 간단한 평을 하게 되었다. 우리조가 창의력 테스트에서 1등은 함은 물론이고 어르신이 MVP를 하게 되었다. 어르신은 간단하게 소감을 나이가 들다보니 조금더 아는게 나왔던 것 같다.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게 간단히 소감을 맞추셨다.

이후 사회자가 창의력과 나이와는 관계 없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창의력이 높으면 젊고 엉뚱하고 뭔가 세련되고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 창의력은 후천적으로도 만들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조원과 이 교육을 참석한 사람 모두 어르신에 귀감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앞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리고,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어르신에 귀 귀울였으면 한다했다. 첫 날 그렇게 교육을 마쳤다. 첫날 교육 마치고 난 다음은 교육생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있었다. 나는 소심한 성격 탓에 조금 맥주 한뒤 숙소에 누웠다.

2일차 교육도 생각했던 것 보다 순조롭고 화합하면서 잘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한두명씩 교육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각자 본연의 업무가 있으니 교육 시간에 사람들이 종종 없어지는 것이다. 나역시도 제외가 아니였다. 거래처에서 문의와 회사에서의 업무로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빠져 나와 업무를 봐야했다. 거래처에서 자료 요청으로 외장하드를 가지러 주창에 다녀오는데 왠걸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 진 것이다. 오늘 퇴소날인데 나 혼자 못가는 건 아닌가란 생각과 긴급출동 부르면 이곳에 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곳을 어떻게 설명하고 또 오긴 올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도 이 교육장을 이정표만 보고 찾아왔는데 난감했다. 그나마 퇴소시간이 2~3시간 남은 상태여서 다행이였다. 그 때 누군가 내 옆에 왔다. “펑크 났네. 나도 이 비포장에 비탈질 길 올라오면서 펑크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난번에 긴급출동 했는데 거부해서 말들이 많던데…”라며 어르신이 한말씀 하시는 것이다. 난 울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했다. 일단 차를 버리고 여긴 먼저 나가야 하는 걸까? 아님 긴급 출동 분에게 돈을 더 줘서라도 불러야 하는건가? 머릿속이 복잡했다그때 어르신께서 '스페어타이어 있어?' 라고 물으셨다. 타이어는 있지만 도구가 없다고 하니 스페어 타이어 있으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정말 물론 다 있었다. 각 개인용차에 바퀴를 바꿀 수있는 도구도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은 그때 알았다. 물론 해본적 없기에 다 새거였다그리고 어르신께서 한번 해봐. 카센터에서 바퀴 가는 거 본적은 있지 않느냐고 하시면서. 그래서 이거 제가 했다가 큰일 나면 어떻하느냐고 나의 경험없는 실력을 의심하니 tv에서도 예능인 같은 가수 김종민도 갈던데 댁이라고 못하겠냐고 혼났다. 그래서 사용설명서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하나씩 하나씩 교체해 봤다. 내가 그러고 있으니 교육생들은 구경이라도 난 듯 나와 내 차를 구경하며 갔다. 그래도 아저씨도 옆에서 지켜보며 약간의 팁을 가르쳐 주시기에 든든했다. 볼트를 조일때 반대편으로 해서 조여야 한다든지.. 볼드를 풀때는 체중을 이용해서 푼다든지 인터넷에 알려주지 않던 것 까지 모두 가르쳐 주셨다.

처음갈아 본 뒷바퀴 내가 직접해서 그런지 온 힘을 다해서 볼트를 조였다. 왠지 내가 직접 교체한것이라 믿음직스럽지 못하였다. 다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동승해야 하기때문에 확실히 조였다. 늦가을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땀으로 적셔졌다. 옆에 있던 어르신은 언제 냉수를 떠오셨는지 나에게 건내며 오늘 좋은 것 배웠네라고 웃으셨다. 물한잔 마시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그저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그냥 타고 다니기만 했다. 어쩌면 내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넘긴건 아닌지 좀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그런 기회가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내 스스로가 차버린건 아닌지 생각해봤다.

이번 교육을 통해 많은 걸 얻게 되었다. 내가 편견된 시아로 사람을 보지 않았나 싶었기도 했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너무 선을 긋고 하지 않았는가 싶다. 이번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으며, 다른 어느때보다 즐겁고 뜻깊은 교육이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창의력과 동떨어졌다고 착각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고하고 처음부터 포기하고 내가 못하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이번 기회에 그런 일들은 나머지 인생에서 만들지 않기로 내스스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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